불과 몇백 년 사이에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자연에 기대어 살고 있고, 자연을 벗어나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맑은 공기, 따뜻한 햇빛, 부드러운 흙, 시원한 냇물은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이고 그래서 자주 고마움을 잊고 산다. 심지어 이러한 환경에 위해가 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식물은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인 제1 생산자라는 위치에 있다. 사무실이나 교실에 놓인 화분에 식물이 있고, 문을 열고 나가면 화단에도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고, 조금만 더 멀리 나서면 산에는 매우 많은 식물을 볼 수 있어서 마찬가지로 식물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늘 잊고 살아가고 있다. 늘 녹색을 띠고, 아름다운 꽃과 맛있는 열매를 맺는 식물도 사람 못지않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며,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씨앗만 뿌려 놓으면 식물은 혼자서도 잘 큰다고 하는데 사실 식물은 생존을 위해 엄청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동물은 위협이 발생하면 도망가면 되지만, 식물은 움직일 수가 없어서 어떻게든 위협에 맞서 대항하여 살아남아야 하므로 동물보다 더 처절한 투쟁을 벌인다. 동물은 더우면 시원한 그늘을 찾아서 이동하면 되지만 식물은 오롯이 그 자리에 서서 뜨거운 햇살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오랜 진화를 거치면서 식물은 빛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형태와 생리가 변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빛 스트레스에 맞선 식물의 적응 결과를 알아본다.
식물에게 빛은 광합성을 위해 꼭 필요한 비생물적 요소이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되고 너무 적어도 에너지 균형에 부정적이다.
임상(forest floor)에서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 중 가장 큰 것은 빛일 것이다. 온도, 산소, 영양분, 중금속, 제초제 등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햇빛이 없으면 결국 광합성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활엽수림의 숲은 크게 5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키가 8m 이상인 교목층, 3m 이상 8m 이하인 아교목 층, 그 아래의 관목층, 초본층, 지의류 층. 잘 발달한 숲의 참나무는 높이 30m가 넘게 자란다. 그 아래층에 자라는 식물은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없어서 주어진 햇빛을 받아서라도 살아갈 수 있는 형태로 진화했다.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잎을 양엽이라고 하며 두껍고 크기가 작다. 반면,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하는 음엽은 얇고 크기가 크다. 양엽을 가진 대표적인 나무는 동백나무로 잎을 만져 보면 상당히 두툼하다는 것을 금방 느낀다. 햇빛을 쉽게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잎 안에 햇빛을 받고 녹말을 생성하는 공장을 최대한 많이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음엽은 햇빛을 잘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얇고 넓게 퍼져서 교목의 줄기와 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음엽을 갖는 대표적인 식물은 박쥐나무(본 블로그에 소개되어 있음)이다. 박쥐나무는 키가 2m 이하이며 참나무 등의 교목 아래서 잎을 넓게 펼치고 살아가는데 잎을 손 등에 갖다 대면 잎을 통해 손등이 보일 정도로 얇다.
콩과 식물은 엽침을 움직여서 햇빛이 많은 쪽으로 작은 잎을 움직이거나 반대로 너무 강한 햇빛을 피하기도 한다.
식물을 동정하는데 중요한 형태적 구분 점 중의 하나가 털의 유무인데, 잎에 난 털은 햇빛을 반사하여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잎이 갈라지기도 하는데 갈라진 잎도 바람이 잘 통하여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홍가시나무(본 블로그에 소개됨)는 새로 나온 어린잎이 강렬한 붉은색을 띠는데, 안토시아닌 색소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은 강한 단파장인 자외선을 흡수하여 어린잎이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다치지 않도록 보호해준다.
조류와 이끼는 빛을 잘 붙잡기 위해 엽록체 자체를 세포 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데 검정말의 앞을 현미경으로 보면 쉽게 관찰할 수 있다(본 블로그에 소개됨).
이처럼 식물은 빛 스트레스 트게 적응하기 위하여 나름의 방법을 마련하고 진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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