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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풀

우리 선조들의 작명 센스는 가히 '신이 내린 관찰력'이라 할 만합니다. 식물 이름만 들어도 그 생김새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니까요. 족도리풀, 까마귀베개, 장구밥나무, 도둑놈의갈고리, 괭이눈, 강아지풀, 쥐똥나무... 이름만 들어도 피식 웃음이 나면서 한번 들으면 절대 까먹을 수 없는 강력한 개성을 뽐냅니다.그중 압권은 단연 '파리풀'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파리가 날개를 얌전히 접고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듯한 형상이라, "아, 그래서 파리풀이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됩니다. 어찌 보면 파리보다 더 작은 날벌레 같기도 하죠. 하지만 이 이름에는 무시무시한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사실 파리풀은 파리들에겐 저승사자나 다름없거든요. 옛사람들은 이 풀의 뿌리를 짓이겨 종이에 발라두었는데, 파리..

숲해설 2026.04.12

무등산의 일급비밀: "변산아씨"를 찾아서

무등산에는 국가 기밀급 대우를 받는 귀한 분이 살고 계십니다. 바로 대한민국 특산종이자 멸종위기종인 ‘변산바람꽃’입니다. 워낙 귀한 몸이라 정확한 주소지는 패스! 다만, 평두메와 장군봉 사이 어딘가에 ‘조심스럽게’ 계신다는 힌트만 살짝 흘려봅니다.사실 식물학자들이 입을 꾹 다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나만 보겠다"는 욕심에 이 가녀린 꽃을 불법으로 채취해가는 ‘양심 리스(less)’ 방문객들 때문이죠. 저 역시 큰방울새난이나 깽깽이풀의 비밀 아지트를 알고 있지만, 녀석들의 안위를 위해 제 입술에 지퍼를 채운 지 이미 오래입니다.이 식물은 전북 변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변산’이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뒤, 전국의 숨은 명당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죠. 역시 “아는 ..

숲해설 2026.04.12

며느리밥풀

9월부터 11월에 산에 오르면 분홍색 미모 뿜뿜하는 예쁜 꽃을 만날 수 있어요. 이 꽃, 자세히 보면 아래쪽 꽃잎에 하얀 밥알 두 개를 볼록하게 물고 있는 듯한 모양이 있는데요. 이 '밥풀' 때문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영~~ 짠합니다. 옛날 옛적, 시어머니의 구박 레벨이 거의 만렙이었던 며느리가 살았대요. 시댁 식구들은 쌀밥만 드시고, 며느리에겐 구수한 보리밥만 허락했다지 뭡니까. 그러던 어느 날! 설거지를 하던 며느리 눈에 밥그릇에 찰싹 붙은 하얀 쌀밥 두 알이 들어왔어요. 아... 쌀밥이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요? 며느리는 홀랑~ 그 밥알 두 개를 입에 쏙! 넣었는데...하필 그 순간!! 저 멀리서 시어머니가 "너 지금 뭐 먹니?!"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그깟 밥알 두 개 먹는 것마..

숲해설 2026.04.12

가을꽃, 무릇

무릇,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우리가 쓰는 그 '무릇'이 맞나? 대체로 헤아려 생각하건대, 도대체 어떤 곳에 이 '무릇'이 피어난 걸까요?사실 무릇은 물이 있는 곳에서 자란다고 해서 '물윗'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토종 식물은 햇살 좋은 양지바른 곳을 더 좋아합니다. 이 사진 속 무릇도 햇빛이 잘 드는 바위 능선에서 발견했죠. 가을 문턱에서 마치 땅에서 뿅 하고 솟아난 듯 연한 핑크빛 꽃을 피워 올리는 무릇. 그 뒤로는 상수리나무가 곧 반질거리는 도토리를 뚝 떨어뜨릴 기세인데, 무릇은 이제 막 가녀린 모습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숲해설 2026.04.12

무시무시한 독초, 천남성

가을 산을 걷다 보면 눈을 사로잡는 빨간 열매가 달린 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맹독성 식물인 천남성인데요. 우리가 즐겨 먹는 토란과 사촌 지간이라 그런지, 천남성의 뿌리는 토란과 꼭 닮았습니다. 하지만 토란처럼 껍질 벗겨 삶아 먹었다가는 큰일 납니다. 천남성은 청산가리보다 무서운 독초로, 심지어 조선 시대에는 사약 재료로 사용될 정도였으니까요. 실제로 가을철이면 종종 천남성을 토란으로 착각해 먹고 중독 증세를 일으켰다는 뉴스를 볼 수 있으니 절대 함부로 채취하거나 섭취하면 안 됩니다.그럼 이 독초는 어떻게 곤충을 유인할까요? 천남성의 꽃은 깔때기 모양의 기묘한 불염포로 덮여있습니다. 이 불염포는 마치 시궁창 냄새를 풍겨 야생의 파리들을 유혹하는데요. 안쪽 벽이 매우 미끄러워 파리가 기어오를 수 없..

숲해설 2026.04.12

여름꽃, 매미꽃

우리나라에서 피는 아생화 중에 매미꽃처럼 꽃잎이 크고 화려한 식물은 드문 것 같습니다. 병아리를 닮은 샛노란 꽃이 매미가 찾아오는 시기에 맞춰 꽃이 피기 때문에 매미꽃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 사진은 2010년에 무등산을 방문했다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DSLR 사진기를 목에 두르고 서석대까지 올라가면서 만나는 식물마다 연신 셔터를 눌러대가 그만 지쳐서 이만 하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서석대 정상부에서 내려오다가 그늘진 바위 병풍 아래에서 만났었습니다. 이 전에도 백아산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샛노란 색의 매미꽃을 무등산에서 보니 더 반가웠습니다. 매미꽃과 비슷한 피나물도 있습니다. 보통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매미꽃이, 중부 지방에서는 피나물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거의 두 식물이 비슷합니..

숲해설 2026.04.12

숲속의 신비로운 손님, 타래난초

산책길에서 우연히 난초를 만나는 건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 특별한 경험이죠. 특히 꼬불꼬불한 모양이 매력적인 타래난초는 그 모습이 너무나 신비로워서, 현실 속 숲이 아니라 동화책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제가 광주 금당산에서 만난 이 친구도 예외는 아니었죠..타래난초는 숲속에서도 햇살이 잘 드는 길가나 무덤가처럼 숲의 지붕(캐노피)에 틈이 생긴 곳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일직선으로 곧게 자라지 않고 타래처럼 빙글빙글 꼬인 모양이 독특하고, 짙은 분홍색 꽃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아요. 그야말로 숲의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야생화를 보면 그 아름다움에 혹해 집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겁니다. 하지만 욕심은 잠시 접어두는 게 좋습니다. 숲속의 흙은 눈에 보이지..

숲해설 2026.04.12

제비꿀

제비꿀이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아마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도 대학교 때 교수님 따라 야외 조사 나갔다가 처음 만났는데, 이름이 어찌나 신박하던지 제 뇌리에 쏙 박혀 버렸답니다.키는 고작 20cm 남짓이라 숨바꼭질하듯 찾아야 하지만, 햇볕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라면 어디든 등장하는 우리 주변의 깜찍한 식물이에요. 줄기와 잎 사이에서 앙증맞은 하얀 꽃을 피우는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답니다.하지만 이 작고 귀여운 제비꿀에게도 반전 매력이 있으니, 바로 반기생 식물이라는 점! 자기 몸을 지탱할 굵은 뿌리는 가지고 있지만, 그 주변에서 나온 잔뿌리들이 다른 식물의 뿌리에 슬쩍 달라붙어 영양분을 야금야금 훔쳐 오죠. 그래도 광합성은 스스로 하니 숙주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답니다. 마치 ..

숲해설 2026.04.12

박쥐나무

숲속, 거대한 나무들 사이에서 2~3미터 남짓한 키로 조용히 서 있는 박쥐나무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찾기 힘듭니다. 주변의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박쥐나무는 늘 그늘 아래에서 배고픈 빛을 갈구해야만 했죠. 하지만 이 작은 거목은 절망하는 대신, 기발한 생존 전략을 고안해 냈습니다. 바로 잎을 최대한 얇고 넓게 펼치는 것! 마치 태양열 집열판처럼, 한 줌의 햇살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잎을 펼쳐놓은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얼마나 얇으냐고요? 잎 아래에 손을 갖다 대면 손바닥이 보일 정도라니, 그 투명함에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박쥐가 날개를 펼친 듯 넓적한 잎사귀 덕분에 '박쥐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과연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죠?그런데 이 박쥐나무,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숲해설 2026.04.12

족도리풀

5월 중순쯤 산을 오르다 보면, 땅에서 하트 모양의 넓은 잎을 틔운 족도리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식물은 잎이 크고, 혈관처럼 뻗은 강한 잎맥 덕분에 쉽게 눈에 띕니다. 처음 족도리풀을 마주하면 꽃은 보이지 않지만, 손으로 잎을 살짝 옆으로 밀어보면 땅에 바짝 엎드린 진한 보라색 꽃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꽃은 조선 시대 여성들이 쓰던 머리 장식인 ‘족두리’를 닮아 ‘족도리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일반적으로 곤충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지는 식물은, 꽃을 화려하게 피워 곤충의 눈에 잘 띄도록 식물의 바깥쪽에 위치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족도리풀의 꽃은 잎에 가려지고 어두운 색을 띠어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족도리풀은 어떻게 수분을 할 수 있을까요?족도리풀은 땅 위에서 생활하는 곤..

숲해설 2026.04.12

털조장나무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종을 깃대종(flagship species)이라고 합니다. 환경부에서는 우리나라 23개 국립공원의 깃대종을 지정하고 있는데요, 무등산국립공원에서는 수달과 털조장나무,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반달가슴곰과 히어리가 깃대종으로 선정되어 있습니다.얼마 전, 전남 담양군 가사문학면 연천리에 있는 함충재에서 깃대종인 털조장나무를 만났습니다. 생강나무와 꽃 피는 시기가 비슷해서 헷갈릴 수도 있지만, 꽃이 마치 반지를 끼운 듯 달려 있고, 새 가지가 녹색을 띠는 게 특징이에요. 나무의 키는 1~3m 정도로 크지 않고, 무등산 탐방로를 따라 비교적 흔하게 자란다고 하지만,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털조장나무를 만나고 싶다면?이 나무는 원효봉, 동적골, 장불재에서 규봉암으로 가..

숲해설 2026.04.12

도토리, 가을을 알리는 작은 생명의 알림

우리가 흔히 '도토리'라고 부르는 열매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등 다양한 참나무과 나무들이 맺는 열매를 통틀어 지칭하는 이름입니다. 오늘 아침, 아직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새벽에 유행하는 슬로우 조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머리 바로 앞에서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바닥에 깔린 탄성 포장재 위로 구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조깅을 멈추고 확인하지 않아도, 그것이 도토리임은 분명했습니다. 제가 달리는 조깅 구간 양쪽에 참나무 종류의 아름드리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니 도토리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부터였던 듯합니다. 톡 하고 떨어진 이 작은 열매는 불운하게도 공원 포장재 위에 낙하하며 발아할 수 있는 일말의 ..

숲해설 2025.10.17

백량금 태생(Live-bearing) 키우기

나무줄기에 열매가 달린 채로 발아가 일어나는 식물을 태생(live-bearing)이라고 하고, vivipary라고도 부릅니다. 2016년 경에 아래 사진에 보이는 어미목에서 발아가 일어난 열매를 채취하여 포트에서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싹이 올라오고 줄기를 형성할 때 매우 빈약해서 똑바로 자라지 못하고 삐뚤삐뚤 자랐고, 생장 속도가 더뎌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습니다. 이 과정을 모두 사진으로 남겨놨다면 좋았겠으나 당시에는 블로그 카테고리에 인도어 가든을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 자료를 남기지 못했고, 올해 2025년에 처음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서 이렇게 글로 남깁니다.

인도어 가든 2025.07.22

크루시아 삽목

3년 전 아파트 화단에 버려진 크루시아를 발견했습니다. 잎이 몇 개 붙어있지 않았지만, 줄기는 아직 통통하여 충분히 다시 푸르게 소생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집으로 데려왔는데, 지금은 아래 사진처럼 무성하고 튼튼한 잎을 가진 멋진 크루시아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새 잎이 나오면서 기존에 있던 작은 가지를 정리해 주었습니다.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물꽂이 한 다음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보통의 다육 식물이 번식이 잘 되는 것처럼 크루시아도 잘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예상대로 금세 뿌리를 내리고 튼실하게 자라주었습니다.

인도어 가든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