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

식물 Essay

봄 산의 추억

Potentilla 2024. 12. 2. 09:39

찔레꽃

 

사계절 중 뒷산을 가장 자주 찾았던 시기는 봄입니다. 어릴 때부터 식물을 좋아했기 때문이죠. 부드러운 새잎이 나뭇가지마다 돋아나는 봄 산은 요즘 아이들로 치면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처럼 큰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겨우내 달고 있던 큼직하고 두터운 눈을 터트리고 새싹을 돋아내는 모습이 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연두색을 좋아하지요. 연두색을 보면 봄 산이 떠올라 좋아합니다.

 

봄 산을 대표하는 식물은 찔레꽃이라고 개인적으로 정의합니다. 순백색의 화려한 찔레꽃이 피어날 때, 진정한 봄이라고 생각했었죠. 꽃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매혹적인 향기는 비싼 향수보다 훨씬 더 고혹적이고 기분 좋게 해 주었습니다.. 거기다가 먹거리도 주었죠. 찔레꽃나무밑동에서 솟아오른 연하고 부드러운 순은 껍질을 벗기고 씹어 먹으면 달콤한 즙이 가득 나와서 최고의 간식거리였어요. 한 움큼 들고 다니면서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뒷산의 온 지천이 꽃 잔치를 벌입니다. 지금도 어떤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전부 기억날 정도예요..

산 초입 오른쪽에는 개복숭아 나무에서 분홍빛 꽃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작은 개울이 흐르는 왼편에서는 싸리나무에서 흰 솜뭉치 같은 꽃송이가 만발했죠. 계곡 사잇길로 조금 더 들어가면 희디흰 꽃을 피워내고 있는 아그배나무가 있고요, 갯버들 나무가 개울을 따라 꽃망울을 활짝 터트립니다.

바닥에서는 광대나물, 냉이, 서양민들레, 제비꽃, 봄맞이꽃, 쇠뜨기, 청미래덩굴 꽃이 만발했어요. 시선 가는 모든 곳에 황홀할 만치 아름다운 꽃이 피었던 정겨운 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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