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하는 저에게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산에 가세요?
저의 대답은 늘 같습니다. 산에 가면 좋아하는 풀과 나무가 있어요.
그렇게 답하면 대화가 쉽게 끝나 버리죠.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상대방은 대화 주제에 흥미를 잃어버리죠.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며, 가장 중요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마치 원래 있어야 할 것처럼 무심히 지나치는 것. 풀과 나무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늘 주변에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사는 존재.
목재, 의류 재료, 식재료, 산소, 휴식, 물 저장, 산사태 방지, 기후 조절, 탄소 흡수, 공기 정화, 레크리에이션 등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돈을 주고 사지 않죠. 그래서 아까운 줄 모르고 소중히 다루지 않는지 모릅니다.
몸에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재충전이 필요할 때면 산을 오릅니다.
한 동안 산을 찾지 않다가도 어느 시기가 되면 산이 떠오르고 찾아가고 싶어 지지요.
산을 오르다보면 다리가 아프지만, 그만큼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입니다.
산에 다녀온 다음날엔 오히려 몸이 훨씬 더 가볍고 심적인 여유로움도 생기죠.
혼자 산행하는 것을 즐깁니다.
조용히 주변의 자연의 소리와 숨소리를 들으며 걷는 숲길은 원래 우리의 서식지가 숲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사계절 중에서도 봄철의 산을 정말 사랑합니다.
분홍빛 꽃잔치가 펼쳐지는 4월의 산을 보면 아직도 설레입니다.
누군가에게 이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고, 세상의 모든 시름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진달래 꽃을 정말 좋아합니다.
분홍색의 여린 꽃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모습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벅찬 감동을 느낍니다.
그래서 제 아이디도 springmt 입니다. spring mountain 입니다.
얼마나 봄산을 좋아했냐면요, 중학교 1학년 때 스스로 春山이라는 호를 지어서 지름까지 쓰고 있습니다.
많이 사용해서 반들반들해진 1m 정도의 막대기를 들고 대문을 나서면 눈치 빠른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뒤를 따라나섭니다.
괜스레 길가에 길게 자란 잡초에 막대기를 휘두르기도 하고, 어디선가 들어본 제목 모를 노랫가락을 휘파람으로 불어 재끼며 의기양양하게 시골 마을의 뒷산에 오릅니다. 길가에서 보이는 산은 그냥 산이지만, 문을 열고 숲에 들어가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숲의 식구들이 그제야 모습을 드러내지요.
구슬붕이를 처음 보았을 때 이렇게 예쁜 꽃이 다 있었나 하고 한 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보기 힘든 보라색의 꽃이 짙은 녹색의 숲과 대조되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죠.
노루귀를 처음 보았을 때는 반가움과 신기한 마음에 누군가에게 어서 말을 하고 싶었죠.
아직 차가운 얼음의 기억이 남아있는 봄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노루귀가 마치 정말 노루처럼 숨어서 지나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듯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음은 정겨운 우리 숲에 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