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

숲해설

오래된 산에 벚꽃이 만발하는 이유

Potentilla 2024. 11. 26. 08:18

 

모든 생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형이 조금씩 변해갑니다. 사람도 유아기 때 사진을 50살이 넘었을 때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죠. 산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갑니다.

 

예를 들어, 화산이 폭발하여 생긴 지형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처음에는 용암이 식은 땅덩어리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에서 날아온 흙이 조금씩 쌓이고 지의류와 선태류(이끼 종류)가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왕벚나무

 

이끼류의 뿌리에서는 산성물질이 분비되어 바위를 아주 천천히 부식시키고, 계절이 바뀌면서 얼었다 녹는 것을 반복하면서 바위는 조금씩 깨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흙이 더 많아지게 되고 풀 종류인 초본이 유입됩니다. 초본은 선태류에 비해 훨씬 더 강한 뿌리를 갖고 있어서 더 많은 흙을 붙잡고, 풍화 작용을 더욱 가속화합니다. 그러면 어른 키만 한 높이의 관목이 들어옵니다. 관목이 무성해짐에 따라 그곳의 미세환경은 변하게 되고 소나무와 같은 양수림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소나무는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양수림이라 부르고, 소나무의 강한 뿌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바위나 큰 돌덩어리를 깨뜨립니다. 소나무 밑에서는 적은 햇빛에도 잘 자라는 굴참나무와 같은 음수림이 자라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양수림과 음수림이 함께 섞여 자라는 혼합림이 형성됩니다. 그런데 음수림은 양수림에 비해 햇빛 요구량이 더 적어서 음수림에 의해 햇빛을 가려진 양수림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결국에는 음수림 천하가 됩니다. 그러면 산불이나 산사태와 같은 환경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음수림이 계속 유지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천이(遷移, succession)라고 부릅니다.

 

바로 벚나무도 음수림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오래된 숲에는 벚나무가 많이 자라고 봄이면 한꺼번에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