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에요. 토끼가 깡충깡충 뛰어오는 것처럼 봄이 성큼성큼 다가왔습니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지난 토요일 담양에 있는 밭에 감자를 심고 왔어요. 한 달 전에 흙을 뒤엎고 퇴비를 섞어놨었습니다. 작은 텃밭 정도의 크기라 농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곡괭이로 땅을 팠어요. 허리가 조금 쑤시고 손에 물집이 조금 맺혔지만, 작은 농사가 주는 기쁨은 그보다 더 컸습니다. 일을 마친 후에 밭에서 잡초도 뽑을 겸 냉이를 캤습니다. 광대나물이 보라색 꽃을 탐스럽게 피우고 있었지만, 식용할 수 없으니 미안하지만 캐서 밭두렁에 버렸습니다. 봄 향이 물씬 풍기는 냉이된장국은 언제 먹어도 일품입니다.
냉이는 우리가 보통 봄나물 먹을 때만 찾기 때문에 다 자란 성체의 모습을 봄나물과 연관 짓기 힘들지요. 열매가 독특한 모양인데, 꽃이 지고 나면 하트 모양의 열매가 달리고 그 안에 20개 정도의 종자가 들어 있어요. 꽃대가 계속 자라면서 꽃이 피기 때문에 꽃대 아랫부분에는 열매가 달리고 윗부분에는 꽃이 달려 있고, 나물로 채취하는 봄에는 높이가 5cm도 안 되던 것이 여름쯤에는 1m 정도로 훌쩍 자라는 녀석도 있습니다.
봄나물로 캘 때는 꼭 재기처럼 납작 엎드린 모습을 하고 있는데, 2년 초로 추운 겨울 차가운 바람을 피하고자 엎드려 있어요. 이러한 형태를 장미꽃 닮았다고 해서 로제트라고 합니다. 또, 잎을 쫙 펴고 있기 때문에 땅 차지 싸움에서도 유리하지요. 잎이 덮은 부분은 햇빛이 들어가지 않아 경쟁자의 발아를 억제할 수 있어요.
냉이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식물이에요. 순무, 유채, 케일, 콜라비,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이 사촌들이에요. 모두 다 꽃잎을 4장 가지고 있고, 십자형으로 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암과 심혈관계 같은 퇴행성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에 효과가 좋은 글루코시놀레이트를 함유하고 있어요. 클루코시놀레이트는 식물이 해충과 병원충을 물리치기 위해 만든 2차 대사산물이에요.
어떤 방법으로 요리하는 것이 유익한 성분을 파괴하지 않을까요? 2011년에 식물화학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삶는 것보다 찌는 것이 성분 보존에 좋다고 합니다. 앞으로 브로콜리는 삶지 말고 찌는 방법으로 요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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