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화단과 뒷산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는 바로 소나무일 것입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귀중한 자원으로 인정되어 보호되어 땔감으로 함부로 배지 못하도록 한 결과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많은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나무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1.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는 잎이 2개씩 모여 난다.
2개씩 모여 나면(속생) 소나무이고, 3개씩 모여 나면 리기다소나무입니다. 리기다소나무의 학명은 Pinus rigida입니다. 종소명인 rigida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고 있습니다. 일본 발음과 비슷하여 일본산으로 오해하지만,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입니다. 1914년경 서울에 처음 심었습니다. 소나무는 자연 발아하지만, 리기다소나무는 자연 발아하지 못합니다. 산에서 만나는 리기다소나무는 누군가 심어 놓은 것이에요.
2. 소나무를 적송이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적송(赤松)은 일본에서 あかまつ라고 부르는 말을 우리 한자 말로 부르는 것입니다. 소나무 수피가 붉은색이어서 간혹 적송이라고 부르지만, 우리 말에는 적송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3. 소나무는 줄기가 곧지 않다.
소나무는 특성상 줄기가 곧지 않고 멋스럽게 구부러지지만, 리기다소나무는 곧게 자랍니다. 그래서 수형만 봐도 금방 구분이 가능해요. 그리고 소나무는 원 줄기에 잎이 달리지 않지만, 리기다소나무는 잎이 덕지덕지 달리는 것으로 구분됩니다.
4. 줄기에 상처가 나면 송진이 흐른다.
상처 난 곳으로 세균과 곰팡이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끈적끈적한 액체인 송진을 분비하여 상처 난 곳을 막아요. 흘러내린 송진이 화석처럼 굳은 것이 호박이라고 부르는 보석이고, 가끔 송진에 곤충 등이 갇혀 함께 화석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쥐라기 공원이라는 영화에서도 호박 속에 갇힌, 공룡 피를 빨아 먹은 모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5. 사람의 출입이 잦은 곳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솔방울을 많이 만든다.
공원, 화단 등지에 심어진 소나무는 작고 많은 솔방울을 만듭니다. 그래서 언젠가 직접 비교를 해본 적도 있어요. 학교 화단에 심어진 소나무와 학교 뒷산에 자라는 소나무의 솔방울 개수와 크기를 비교해 보니 금방 차이가 났습니다. 사람 근처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최대한 많은 종자를 생산해 내는 것입니다. 생태에서 말하는 r-전략 방법으로 많은 종자를 퍼트려서 그중에 한두 개라도 성공시키자는 전략이지요. 반면, 숲속의 소나무는 비교적 안정하여 크고 튼실한 종자를 만드는 겁니다.
아직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5가지 이상이 더 남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는 기억하기에도 어렵고 지겨우니 이쯤 마무리하고 다음에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6. 소나무 종자에 날개가 있다.
올해 관찰되는 큰 솔방울은 작년 봄에 수정된 것이에요. 솔방울은 성숙하게 되는데 2년의 세월이 걸리지요. 종자가 성숙하여 이제 홀로서기가 가능해지면 종자를 감싸고 있는 솔방울 껍질이 벌어져 중력에 의해 밑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종자에 날개가 있어서 바람이 불면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갑니다. 즉, 어미 목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만이 살길이지요. 그래야 양분은 물론 햇빛도 충분히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어미 목 바로 밑에 떨어지면 발아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에요. 열매가 둥근 것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떨어져서 멀리 굴러가기 위함이에요.
7. 소나무는 불에 잘 탄다.
소나무와 참나무 중 불에 잘 타는 나무는 소나무입니다. 특히 송진 때문에 가연성이 높아요. 우리나라 삼림 특성상 소나무가 많이 있어서 산불이 나면 금방 불이 옮겨붙습니다. 요즘은 삼림 중간중간에 방화목인 활엽수를 줄지어 심어서 산불이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방지합니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선운사 고찰을 수백 그루의 동백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것도 산불로부터 사찰을 보호하기 위함인 것이에요.
8. 소나무는 다른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도록 타감물질을 분비해요.
소나무, 편백, 향나무, 구상나무 등의 공통적인 특징은 경쟁자들이 잘 자라지 못하도록 타감물질을 분비한다는 거예요. 바로 피톤치드이지요. 소나무는 침엽수로 겨울에도 푸른 잎을 계속 달고 있어요. 그러면 낙엽은 언제 질까요? 1년 내내 오래된 잎들이 떨어지고 새로 돋아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나무 밑에는 언제나 갈색의 솔잎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솔잎이 많이 떨어진 곳에는 솔잎의 타감작용뿐만 아니라 수북이 쌓인 솔잎 때문에 햇빛이 차단되어 다른 식물의 종자 발아를 억제하고 있어서 쉽게 다른 식물이 들어가지를 못합니다. 그런데 요즘 숲에서 아주 흔하게 관찰되는 조릿대에는 해당하지 않더군요. 땅속줄기를 통해 번식하는 조릿대는 소나무의 존재를 무시하고 아주 무성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9. 소나무잎은 모두 길이가 서로 다르다.
소나무 밑에 떨어진 잎을 주워서 길이를 한 번 비교해 보세요. 똑같은 길이의 잎을 찾을 수가 없을 거예요. 모든 잎의 길이는 전부 다르지요. 이것은 유성생식으로 인한 유전적 다양성의 결과일 것입니다. 모두가 같은 유전자를 갖는 것보다는 각자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갖는 것이 변화무쌍한 자연에 잘 적응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10. 소나무는 개척자다.
등산하다 보면 가끔 바위틈이나 절벽, 흙이 거의 없는 능선에 키가 큰 소나무가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것을 보았을 거예요. 소나무는 양지식물로 생장하는데 많은 햇빛이 필요해요. 흙이 별로 없더라도 뿌리를 내리고 강한 바람을 이겨내며 자리를 잡죠. 소나무가 점차 크면서 주변의 바위는 작은 바위로 쪼개지고 풍화작용 등과 겹쳐서 작은 흙 알갱이가 되어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이 되면 미련 없이 다른 식물에 자리를 내줍니다. 황폐 땅을 다른 식물이 살 수 있도록 개척해 주는 식물이죠.
'숲해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냉이 (0) | 2024.03.11 |
---|---|
개미자리 (0) | 2024.03.11 |
식물 스트레스 4 - 중금속 (0) | 2023.01.10 |
식물 스트레스 3 - 물 (0) | 2023.01.09 |
식물 스트레스 2 - 온도 (0) | 2023.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