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

숲해설

개미자리

Potentilla 2024. 3. 11. 20:20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작은 식물 개미자리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면 높이 20m가 넘는 신갈나무, 노각나무, 소나무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키가 큰 나무를 보면서 깊은 탄성을 자아내지요. 나무의 키를 잴 때 주로 순토 측고기(SUUNTO Heightmeter)를 이용합니다. 크기가 작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편하고, 측고기의 눈금만 읽으면 금방 대략적인 키를 알 수가 있어서요.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작은 식물은 무엇일까요?

키가 큰 나무들은 목본입니다. 물관과 형성층이 발달하여 중력을 거슬러 위로 자랄 수 있고, 수명이 길어서 햇빛 경쟁에 유리하도록 높은 곳까지 자랍니다. 목본과는 대조적으로 초본은 키가 작습니다. 키 큰 대나무가 2-3m 정도이고, 억새 등과 같은 초본이 2m 정도 되지요. 대부분 초본은 사람의 무릎 아래 높이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개미자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유관속식물(관다발을 갖고 있는 식물) 중 가장 키가 작아서 2-3cm에 불과합니다.

개미자리는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사람의 터전 가까이에 있습니다. 키가 작아서 숲속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다른 식물들이 햇빛이 가려서 살아갈 수가 없지요. 필수 환경 요소인 햇빛을 받으려면 남들이 살지 못하는 척박한 곳에서 환경적 불리함을 극복하여만 합니다. 그곳은 바로 사람들이 깔아놓은 보도블록 사이입니다. 누구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보도블록 사이에 자리를 잡고 번성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밟고 지나가는 보도블록을 자세히 한 번 살펴보세요. 자세히 보아야만 보입니다. 개미자리가 꽃을 피우고 있거나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개미자리 열매에는 작은 돌기들이 나 있어서 개미가 운반하기 편리하게 되어있고, 작은 종자에는 단백질 성분이 풍부하여 개미가 좋아합니다. 개미들에게는 풍부한 양분이 제공되고, 개미 덕분에는 개미자리는 종자를 널리 퍼트릴 수 있습니다.

키가 작고 유연하여 사람의 발길에 밟혀도 부러지지 않고 잘 사는 답압(踏壓) 식물의 한 종류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없어지면 키가 큰 다른 식물이 들어오게 되고, 그러면 개미자리는 사라지게 됩니다. 대기 오염에도 취약하여 개미자리가 관찰되는 곳은 아직은 대기 오염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봄이 오고 날이 따뜻해지면 자주 다니는 보도블록에 개미자리가 살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아요.

첨부한 사진은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지상부 보도블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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