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26. 매우 힘들었던 박사과정을 졸업하는 날이었다. 2021년 후기 학위 수여식이고, 코스모스 졸업이라고도 한다. 고등학교는 8월 중순에 개학하여 2학기가 시작되었다. 오전에 졸업식이 개최되는데, 오전 수업만 2교시가 있어서 고민 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쉽긴 하지만 박사과정을 결정했을 때 다짐했던, ‘현직에 최우선을 둔다’라는 나와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했다. 7월 말을 기점으로 COVID가 재유행하면서 학부와 석사 졸업생은 대표만 참석하고, 박사 졸업생은 전원 초대받았다. 이번에 박사 130 여명130여 명이 학위를 받았다. 퇴근 후에 대학교 홈페이지에서 학위 수여식 소식으로 만족했다.
대신 학위복을 빌려서 2주 후 일요일에 사진 촬영을 했다. 그동안 곁에서 늘 격려의 말과 전적인 지원으로 정말 고맙게 내조해 준 아내도 골든 엘로우의 박사 학위복을 입고, 졸업장을 들고 사진을 촬영했다. 아들, 딸도 함께한 졸업 사진 촬영은 가슴 벅차고 대단한 일이었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다음 논문을 위한 야외 조사를 했었다. 조사를 마치고 데이터 정리까지 마무리하였고, 이제 길고도 힘든 데이터 분석 작업이 남아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보통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새벽길을 걷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부지불식간에 떠오를 때가 많다. 그래서 아침 산책을 즐겨한다. 며칠 전에 빠른 걸음으로 집 앞 산책로를 걷다가 요즘 아이들 말로 현타가 왔다. 학위기를 받은 지 2주가 지난 지금에서야 박사학위 취득이 감격스러워졌고, 부모님 돌아가신 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흘렀다. 기쁨의 눈물이었고, 스스로 해냈다는 감격스러움이었다. 이렇게 큰 기쁨의 감격은 늦게서야 찾아오는 모양이다. 걷는 내내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감이 충만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박사학위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대학 학부와 비교하여 10,000배는 더 힘들었다고 하면 과장이 너무 심한 걸까. 학위 과정 10명 중에 1~2명만 졸업장을 받는다고 하니 박사학위 과정을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우리 학과에서도 박사 졸업생은 5명이었고, 수료와 동시에 학위를 취득한 경우는 내가 유일했다. 이런 경우는 아마 지금까지의 졸업생 중에서도 드문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3년간 비가 오지 않는 주말이면 혼자서 새벽 5시부터 무등산 국립공원을 방문하여 식생 조사를 하였고, 약 6개월간은 데이터 분석하느라 새벽 2~3시까지 컴퓨터와 씨름해야 했다. 국립공원을 조사하기 위해 어떻게 조사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도 몰랐고, 우여곡절 끝에 조사에 나선 현장에서는 탐방객의 오해의 눈초리에 시달렸다. 비 오는 날 무리하게 조사에 나섰다가 이끼 낀 돌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어깨를 다쳐서 지금도 흐린 날에는 욱신거린다. 정상 능선부에서 식물 뿌리 부근을 조사하다가 뱀을 잘못 만져서 뒤로 넘어지면서 낭떠러지로 추락할 뻔한 일도 있었다. 한여름에는 가져간 물을 모두 마셔버려서 산딸기, 산뽕나무 열매로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다. 조사를 마치고 하산할 때는 무릎 보호대를 하지 않으면 걷지 못할 정도로 관절에 무리가 왔다. 매 학기 9학점의 강의를 수강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녁 늦게 대학으로 출근하였고, 운 좋게 토요일에 개설된 강의를 수강하기도 하였다. 결정적인 사건은 조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대학 강의 수강과 학교 일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잠깐 기절한 것이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고 5일간 병원 신세를 졌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늘 두통을 달고 살았다. 레포트 제출, 세미나 발표 준비, 시험 준비, 해외저널에 투고한 논문의 승인 여부, 프로포잘, 학위 논문 준비, 심사, 디펜스 등등. 논문 심사가 완료된 후에도 도서관 dcollection에 논문 제출하는 과정, 학위 논문 제본 등등의 많은 일이 뒤따랐다. 풀타임이었다면 선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물어가며 혹은 옆에서 보면서 쉽게 했을 일도 혼자 하다 보니 모든 것이 어려웠다. 그렇다고 매번 학과 사무실 조교에게 전화하여 물어보기도 미안하여 직접 부딪히며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힘든 학위 과정을 하는 동안에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격언이 있다. 지치고 힘들 때 정말 도움이 되었고,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사학위 과정을 막 결정했을 때 이 문구가 적힌 메모장을 노트북 모니터에 붙여놨었다.
메리 홉킨의 Those Were The Days의 가사 중 일부로,
Oh my friend we’re older but no wiser.
For in our hearts the dreams are still the same.
나이를 먹었지만 꿈은 여전히 똑같다는 말이 가슴을 뛰게 하였고, 다시 20대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잊었던 꿈이 생각났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한 번 더 도전하자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There'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
제일 좋아하는 영화 Matrix에서 모피어스가 결정을 앞둔 네오에게 한 말이다. 학위 과정을 결정한 후 각오가 흔들릴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렸고, 마찬가지로 큰 힘이 되어주었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가는 것은 다르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제자들에게도 좋은 격언이어서 2년째 학급 급훈으로 걸어놓았다. 학생들은 하교 때 인사 대신에 이 문구를 합창하며 교실을 나선다.
Everything you've ever wanted is sitting on the other side of fear.
작가 잭 캔필드의 말은 지금 현재 힘을 주고 있는 격언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두려움을 통과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기 쉽다. 그러면 용기가 꺾이고 추진력을 잃게 된다. 두려움에 맞서 도전해야 한다.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을 앞둔 지금, 금쪽같은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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