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국립공원
국립공원 조사 허가서를 신청할 때 차량 출입을 함께 허가받았으나 장불재까지 차로 이동하려던 소박한 희망은 사라져버렸다.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는 세단인데 장불재까지의 도로가 험하여 SUV 차량이 아니면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고 차량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사할 때마다 걸어서 장불재, 서석대, 북봉, 중봉을 올라갔기 때문에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증심사에서 장불재까지는 처음에는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가 차츰 속도가 줄더니 최고 2시간 만에 도착하기에 이르렀다. 빨리 올라가야 그만큼 조사를 충분히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욕심을 부렸고, 이는 곧 무릎에 심각한 통증을 유발하는 예견된 결과로 이어져서 하산 시에는 반드시 무릎 보호대의 도움을 받아야만 고통 없이 걸을 수 있었다.
3년 동안 약 70회 무등산을 방문하면서 거의 모든 탐방로를 탐사하였다. 가장 가까운 코스는 화순의 너와나 목장에서 장불재로 올라가는 코스로 1시간 30분이면 서석대에 오를 수 있는 최단 코스이다. 무등산의 새로운 정취와 풍경을 느끼고 싶다면 용추 계곡을 방문해야 한다. 크게 소리치며 내려오는 물줄기가 중머리재 부근에서 시작되며, 계곡 주변에는 다래가 우점하여 여름에는 시원한 동굴을 만들기도 한다. 걷기가 편해 누구나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원효사 지구에서 꼬막재, 신선대, 장불재로 이어지는 탐방로다. 꼬막재라는 이름에서처럼 산이 나지막하여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장불재로 오를 수 있다. 온 힘을 불태워 서석대까지 오르고자 한다면 증심사 지구, 중머리재, 중봉, 서석대 코스가 안성맞춤이다. 특히 중머리재에서 중봉을 오르는 구간이 압권이다.
국립공원에서 식생 조사를 할 때는 꼭 필수적으로 챙겨가야 할 장비가 있다.
우선 증심사지구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주차를 해야 해서 자동차 앞 좌석 유리창에 올려놓을 차량 출입 허가 공문을 챙겨야 한다. 새벽 5시에 주차를 해 놓고 식생 조사를 시작하면 오전 7시 정도에 꼭 전화가 온다. 정말 식생 조사를 하기 위해 주차를 해 놓은 것인지 확인하는 전화이다.
두 번째로 챙겨야 할 것은 작은 종이다. 등산 가방에 한쪽에는 몇 년 전에 방문했던 체코에서 구입한 작은 쇠 종이 들어있다. 새벽에 식생 조사 출발 전에 등산 가방에 종을 매달고 오른다. 내가 지금 지나가고 있으니 비키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멧돼지에게 보내는 것이다. 조사 중에 한 번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무등산 국립공원은 멧돼지 출몰 지역이 많다. 특히 물이 있는 계곡에서는 멧돼지 특유의 냄새가 진동한다. 부드러운 흙이 있는 곳은 빈번하게 흙이 헤쳐져 있는데 멧돼지가 땅속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헤집어놓은 것이다.
셋째, 식생 조사 중이라는 코팅된 종이를 등산 가방에 매달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허가해 줄 때 지켜야 할 내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일반 탐방객들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탐방로를 벗어나서 조사하고 있으면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거나,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가방에 붙여진 식생 조사 중이라는 표식은 금방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넷째, 스마트폰 등산 앱이 필수적이다. 간혹 탐방로를 벗어나 조사를 하다가 산림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길을 놓쳐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등산 앱을 유용하게 활용했다. 사전에 받아놓은 무등산 전체 지형도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일치하는 지점에 내 위치가 표시되기 때문에 이것을 방향 삼아 원래의 탐방로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조사가 끝날 때마다 이동 경로를 앱에 저장해놓았다가 논문 작성할 때 특정 날짜의 이동 경로를 확인해봄으로써 그때의 감흥을 되살려 글을 쓰거나, 정확한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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