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청구 논문 준비
대학원 박사과정에 복학하기로 결정하기 전부터 이미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해 공부하고 있었던 터라 주제를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특히 2019년 1월부터 식물사회학에 관심을 두고 Braun Blanquet 박사의 ZM 학파와 관련된 자료를 연구하고 있었던 터라 훨씬 수월했다. 레러바 방법에 관해 어느 정도 방법론적으로 정립이 되어 있는 상태였고, 조사지를 무등산 국립공원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이미 몇 년 전부터 틈나는 대로 무등산을 탐방하며 특징적인 식생 구조를 보이는 지역을 눈여겨보고 있던 터였다.
석사와 박사의 논문 준비는 전혀 다르다. 석사는 연구 주제와 방법론적인 부분에서 어느 정도 초보 연구자임을 감안하여 크게 공격하지 않는다. 석사학위 논문은 선배들이 발표한 논문을 어느 정도 참고하여 흉내 내는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본인은 전라남도에 있는 산을 조사지로 삼고 식물상에 관한 논문을 작성했는데, 지도 교수님의 여러 논문을 참조하여 비슷한 형식을 취하여 정리하였다. 산을 직접 조사하면서 식물을 채집하고, 동정하여 관속식물 목록을 만들고 그 지역에서만 드러나는 특별한 식물상에 관해 평가하는 내용이었다. 석사 논문은 이렇듯 박사 논문 작성을 위한 연습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싶다.
박사학위 논문은 앞으로 연구자에게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인정해주는 자격시험과 같은 것이다. 모든 논문이 마찬가지겠지만, 지금까지 발표되지 않은 내용이어야 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과학 기술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새로운 연구 방법론이나 기존의 연구 방법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새로운 형태의 연구 방법론을 제시해야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하여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논문 작성은 본인이 계획하고 실천하여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조하는 것은 좋지만, 연구 주제, 세부 실험 계획 등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실행하려 하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기에 뒤죽박죽이 되고 급기야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해야 하는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수료는 가능하겠지만 졸업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그래서 박사학위 취득이 어렵다.
우선 내가 어떤 분야를 연구할지 정확하게 자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수강 신청을 할 때 연구에 도움을 줄만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목적성이 있어야 강의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으며, 연구 활동에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지도 교수님과의 의견도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다. 결국, 논문 주제를 정할 때 교수님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논문 자체를 작성할 수 없게 된다. 지도 교수님의 전공 분야와 관련이 있어서 지도 교수 밑에서 학위 과정을 밟고 있겠지만, 반드시 지도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가 관련이 있으라는 법은 없다. 본인도 교수님 분야와는 다른 식물사회학을 연구하였다. 논문 작성을 시작하기 전에 교수님께 관련 내용을 말씀드리면서 이해를 구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레 걱정을 하였지만, 지도 교수님은 재미있는 연구 주제라며 연구를 독려해주셨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지도 교수님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연구 주제 설정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
박사학위 청구 논문 준비는 실상 2019년 1월부터 시작되었다. 식물사회학의 이론적 배경을 공부하면서 무등산을 탐방하였고, 2019년 여름방학 동안 7, 8월에 정상 능선부의 생태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여 돌양지꽃에 관한 데이터를 레버라 형식으로 수집해 놓은 상태였다. 복학하고 나서 9월에 2회 더 무등산을 방문하여 부족한 데이터를 채우고, 연구 방법론을 바탕으로 학술지에 투고할 논문을 작성할 수 있었다. 본인보다 먼저 시작한 후배들의 경우 학위 청구 논문 조건인 국내 학술지 발표 2회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연구 실적이 많은 랩에서는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 쉽게 자격을 갖췄지만, 랩 상황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연구 실적이 미비하여 공저자로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야외 조사를 위해 대학 학과 사무실에 요청하여 국립공원 관리공단으로 공문을 발송하여 탐방로 외의 지역에 대해서도 출입할 수 있도록 허가 요청을 하였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학술조사 담당 주무관과 사전에 통화하여 허가에 필요한 서류 및 연구 계획서를 공문으로 제출하였고, 2주일 정도 후에 학술조사 허가가 났다. 2021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야외 조사를 시작하여 7월까지 조사를 계속했다. 직장 때문에 모든 조사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을 기준으로 이루어졌고, 보통 새벽 5시에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귀가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학술조사 허가를 신청할 때 표본 채집은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과거에 비해 월등하게 좋아져서 사진 촬영만으로도 충분히 식물 동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조사구 내의 동정이 어렵거나 헷갈리는 식물은 여러 각도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였고, 식물 동정은 평일 동안에 이루어졌다. 석사 졸업 후에도 줄곧 식물 관련 보고서 등을 작성하면서 식물 동정을 해오던 터라 동정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전혀 감이 오지 않거나 동정이 힘든 경우에는 지도 교수님께 문의하여 동정을 확인받았다. 식물 동정을 위해 원색 대한 식물도감 등 8권의 식물도감을 구입하였고, 지금까지도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8월부터는 데이터 전처리 작업을 시작했다. 야외 조사 때는 편의성을 위해 작은 메모장을 들고 다니며 GPS 좌표, 출현 식물 종, 미동정 식물 종 등을 기록하였고, 이러한 데이터를 우선 엑셀에 옮겼다. 그런 다음 카이제곱 검정을 3주 동안 실시했고, 이후 국명의 식물 이름을 학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했다. 카이제곱 검정 결과 정의 상관관계에 해당하는 분류군을 따로 분류하였고, 이 데이터를 이용하여 Gephi 프로그램을 돌렸다. 컴퓨터 작업하는 틈틈이 관련 논문을 읽고 정리하였으며, 청구 논문의 서론과 방법론을 작성하였다. 2022년 2월에 결과를 포함한 기초적인 논문이 완성되었고, 이후 지도교수님의 지도에 따라 수정·보완을 계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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