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과 흰독말풀 Datura stramonium L.
2년 전 겨울, 모 대학 교정을 거닐다 시든 줄기에 도깨비뿔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돋은 둥근 열매를 발견했어요. 식물 이름이 적힌 표지판이 없어 무척 궁금했죠. 당시에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검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키워보기로 결심했어요.
열매를 가져와 까보니 검은 씨앗이 나왔고, 봄에 화분에 심어 키웠습니다. 잎 모양이 까마중 잎과 비슷하여 가지과 식물임을 직감했죠. 쑥쑥 자라 80cm까지 키가 크고, 10월에는 나팔꽃처럼 생긴 순백색 꽃을 피웠습니다. 바로 흰독말풀이었답니다.
예전에 화순 백아산에서 보았던 미치광이풀이 떠올랐어요. 보라색 꽃을 피우는 미치광이풀은 흰독말풀보다 작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죠. 흰독말풀 또한 식물 전체에 강한 맹독이 있어 함부로 만지거나 섭취하면 안 됩니다. 약재로 쓰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강한 독을 지니고 있다니 아이러니하죠. ‘악마의 나팔’이라는 별명처럼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존재입니다. 1년생 식물이라 겨울이 오면 죽지만, 떨어진 씨앗이 다시 새싹을 틔워 번식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네요.
흰독말풀
- 春山
희고 순백한 꽃잎, 밤하늘 별을 닮아
늦가을 찬바람 속에 피어나 빛나네
세상 가장 강한 독을 품었지만
가녀린 자태에 마음 흔들리네
어찌 너를 바라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