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마늘을 들어보셨나요?
담양에 작은 밭을 경작하고 있습니다. 식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것저것 심어 보고 싶었고, 집에 화분이 너무 많다고 핀잔을 듣는 것도 싫어서 식물을 가꾸고 싶은 마음에 에너지를 쏟아부었죠. 계절별로 이것저것 심고 있는데 농사 2년 차라 작물 생산량이 아직 많지 않습니다.
2024년 6월 15일에 밭일을 하다가 힘들어서 잠시 쉬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낯익으면서도 약간 생소한 꽃이 눈에 들어왔어요. 꽃 모양이 산마늘이나 달래를 닮았는데 크기가 10배 이상 커서 호기심이 생겼죠. 사진을 찍고 도감을 찾아보니 코끼리 마늘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어요. 코끼리라는 이름에서 마늘 크기가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죠. 나무위키 등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니 1940년대까지는 토착 작물로 재배하다가 그 뒤에는 자취를 감췄다고 하더군요. 2010년 무렵에 다시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전라남도 강진 등에서 많이 재배한다고 설명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밭두렁에 코끼리 마늘이? 밭이 아닌 밭두렁 사이에 자라고 있는 것을 보니 전 주인이 심은 것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작년 가을에 밭두렁의 지저분했던 잡목을 제거했고, 특히 환삼덩굴을 싹 없애버렸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발아할 기회만 엿보고 있던 종자가 싹을 틔운 것 같아요. 그렇다면 씨앗은 어디서 왔을까? 우리 밭의 위쪽에 있던 밭의 한쪽에 똑같은 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거기서 재배하던 코끼리 마늘 씨앗이 바람에 의해 날아와 자연스럽게 발아한 것으로 추정했어요.
주변의 잡초와 싸우면서 자라다 보니 양파처럼 크진 않지만 마늘보다는 3배 정도 큰 크기였어요. 마늘 바로 옆에 주아로 자라고 있었죠. 밭두렁에 있던 개체를 수확해서 잘 말려 놓았다가 10월에 밭에 정식으로 옮겨 심었는데 싹이 잘 올라오고 있답니다. 식용으로 재배하기보다는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재배하려고 해요.
코끼리마늘
- 春山
밭둑에 솟아난 보랏빛 꽃송이
달래꽃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니
고운 자태에 나비 떼 맴돌고 있네
오래전 사라졌다 외국 땅에서 건너와
이곳 밭둑에 아름다움을 더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