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

백아산 식물

화순 백아산 (백아산 관광 목장 ~ 하늘 다리 ~ 정상)

Potentilla 2022. 9. 18. 20:41

2001년 8월에 석사 졸업 논문으로 백아산의 식물상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이후 21년만에 백아산을 찾았다. 논문 준비를 할 당시에는 버스로 이동했었다. 오고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등산을 시작했던 곳으로 다시 오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었다. 백아산의 탐방 코스는 관광목장-정상, 휴양림-정상, 원리-정상, 송단리-정상 코스로 구분해 볼 수 있고, 어제는 관광목장 코스로 다녀왔다. 10m x 10m 방형구를 설정하여 출현하는 모든 식물을 수첩에 적어야 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광주에서 7시 30분에 출발하여 8시 15분경에 관광 목장 옆 주차장에 도착했다. 관광목장으로 들어가면 얼마 안가 등산로 입구라는 노란색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고, 중간중간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안내대로만 따라가면 하늘다리, 헬기장,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식물 조사 없이는 느린 걸음으로 4시간이면 충분히 왕복할 수 있었겠지만, 무려 7시간이 걸렸고, 48개의 방형구를 조사했다. 

하늘다리는 마지막 빨치산이었던 백아산에서 돌아가신 수많은 분들의 원혼을 기리고자 세워졌다. 총 길이 66m로 중간중간에 투명 유리가 설치되어 있어 아래도 내려볼 수 있는데, 아찔하다. 백아산은 석회암으로 어우러진 산으로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빨치산이 활동했던 곳이기도 하다. 멀리서 보면 흰색의 거위 몇 마리가 앉아 있는 듯한 모습처럼 보여서 백아산(白鴉山)이라는 이름이 붙어졌고, 해발 810m이다. 

하늘다리 바로 밑에 빨간 열매를 달고 있는 대팻집나무가 예쁘게 자라고 있다. 산에 갈 때마다 꼭 뱀을 1 마리 이상 만나는데 어제도 여지없이 만나고 말았다. 뱀을 매우 무서워하기에 스틱을 꼭 가지고 산행에 나선다. 뱀은 진동으로 환경 변화를 감지하기 때문에 스틱으로 땅을 짚고 다니면 먼저 피해서 도망간다. 그런데 꼭 늦장 부리는 녀석들이 있어 마주치고 만다. 대팻집나무의 사진을 자세하게 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가 새끼 뱀을 만나 기겁을 했고, 정상 부근 가는 길에 매우 큰 독사를 만났다가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 

해발 810m의 백아산 정상이다. 정상 부근에 서니 약 25년 전에 이곳에서 교수님, 후배들과 함께 단체 사진 촬영했던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학생 행사활동인 춘계 식물 채집 활동을 백아산으로 왔고, 식물, 곤충 파트 후배들과 함께 정상까지 올랐었다. 지나간 기억은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르고, 이때의 기억은 늘 잔잔한 행복함이다. 

식물 조사를 하면서 혼자 산행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가자고 말도 못 한다. 한 번은 후배를 데리고 무등산 조사를 간 적이 있었다. 잠깐 걷다가 10분에서 20분간 조사하고, 또 잠깐 걷다가 조사하고 하였다. 그 후배는 다시는 나와 동행하지 않았고, 나 또한 누구와 함께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오늘은 몸살 난 몸에 휴식을 주면서, 거실 바닥에 앉아서 식물 동정을 했다. 한 번 동정할 때면 도감 5권을 동시에 참고해야 하기 때문에 책상에 올려놓고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어제만 촬영한 식물 사진이 400장이 넘는다. 정확한 동정이 필요한 식물, 잘 모르는 식물, 꽃이나 열매의 상태가 좋은 식물, 좋은 풍경 사진 등. 다음 주 토요일에 휴양림 코스로 조사를 나갈 계획이다. 그 코스에는 또 어떤 식물들이 살고 있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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