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귀과 나무수국
Hydrangea paniculata Siebold
낙엽 관목. 높이 2~4m까지. 산에서 볼 수 있는 산수국과는 꽃의 전체적인 모양이 다른데 나무수국은 원추차례이다. 한동안 정원수로 불두화가 많이 보였는데, 어느 순간 나무수국이 공원의 대표적 수국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탐스러운 흰색 꽃을 풍성하게 피우고 있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풍성하게 보이는 꽃 중 일부는 씨방이 없는 가짜 꽃인 장식화이고 일부는 암술과 수술을 가지고 있는 진짜 꽃이다. 곤충을 유인하기 위하여 풍성하게 보이는 것이다 .
반면 산수국은 우리가 부르는 꽃잎은 없고 암술과 수술만 나와 있다. 꽃잎은 잎이 변해서 된 것으로(사실은 꽃받침임) 씨방이 없으며 꽃 주변에만 달려 있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꽃이 활짝 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벌이나 곤충은 꿀을 따러 모여들고 막상 가 보니 꽃은 없고 암술과 수술만 있다. 그런데 꽃 반대편에 보니 또 꽃잎이 있어 가보니 마찬가지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수분이 되고 수국은 엄청 싼 값에 신방을 차리게 된 것이다.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2/3를 소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수국은 그런 에너지를 고스란히 보존한 채 거의 공짜로 수분의 목적을 달성하다 보니 큰 이득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속은 곤충의 입장에서 보면 속이 상하겠지만 분명 식물과 곤충은 공생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이용하려는 경쟁 관계임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