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6월 3일 수피
버들과 버드나무
Salix koreensis Andersson
주로 물가 근처에서 자라지만 산과 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으며 높이 20m까지 달하고 잎은 황록색이고 꽃은 4월에 핀다. 꽃은 눈에 띄지 않아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서의 관심은 받지 못하지만, 겨우내 회색빛 갈의 가지를 달고 있는 나무에서 연두색의 나뭇잎을 피우면 아~ 진짜 봄이구나 하고 감을 잡게 된다. 내게 있어 버드나무는 이렇게 봄을 알려주는 또 다른 중요한 전력이다.
버드나무와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아스피린이다. 어릴 적 버드나무 가지 한번 입에 안 물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가지가 나긋나긋하고 길죽하고 잘 꺾어지기 때문에 뚝 꺾어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놀곤 했는데 우연히 가지가 입으로 가거나 가지를 수액이 손에 묻으면 그 얼마나 쓴맛이 났던가. 그 이유가 바로 아스피린을 만드는 성분 때문이다. 기원전 5세기경 히포크라테스는 임산부가 통증을 느낄 때 버들잎을 씹으라는 처방을 내렸다. 2천300여 년 동안 민간요법으로만 알려져 오던 버들잎의 신비는 아스피린으로 불리는 주성분을 1853년 합성에 성공함으로써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했다. 1899년 독일 바이엘사의 펠릭스 호프만이 처음으로 상용화하였는데, 류머티즘을 심하게 앓고 있는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진통제 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바이엘사는 진통해열제인 아스피린 하나로 백 년 가까이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찌 버드나무만이 우리에게 훌륭한 의약품을 제공하겠는가.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식물이 의약성분을 제공하여 '생약성분'으로 여러 질병을 치료해주고 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한 곳에서만 미련스레 머물러 있고 가지를 꺾어도 뭐라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식물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지구에서 유일하게 햇빛을 이용해 유기양분을 만드는 생명체로서 존중하고 감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