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서 ‘산너머’는 특정 장소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쓰였습니다. 단순히 산너머가 아닌, 특정 장소를 가리키는 곳이었죠. 시골집에서 대문을 열고 나와 마을 뒤쪽으로 길을 따라서 10분 정도 가다 보면 갈래길이 나오고, 왼쪽 길로 접어들면 바로 산으로 이어집니다.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을 지나 20분 정도 올라가면 산 능선에 다다르는데, 그곳을 ‘산너머’라고 불렀습니다. 우리 집 밭은 산너머와 마주 보고 있어서 자주 산책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두 산이 서로 5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분위기가 낯설고 생경한 느낌이 들었죠.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혼자서는 잘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제 나이 20세 때, 도시에서 생활할 때, 고향집을 방문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여..